“제 희망 직업 사라질까요?” AI 대체 걱정하는 중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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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희망 직업 사라질까요?” AI 대체 걱정하는 중학생들
입력
기사원문
[기획 | AI 네이티브 ‘2012년생 김서연’] AI로 소설 쓰고 게임 만드는 알파 세대, 창작 즐기면서도 미래 걱정

● 사진 합성부터 게임·포스터 제작까지
AI 활용해 소설책 펴낸 중학생들
● 교사 “AI는 창작 돕는 수업 도구”
● 학생들이 생각하는 ‘AI 창작물의 주인’
● “AI가 내 직업 대체할까” 진로 불안도
AI보다 ‘AI 잘 쓰는 사람’이 경쟁자


한때 ‘82년생 김지영’이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였다. 이제는 그 세대가 낳은 아이들, ‘2012년생 김서연’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을 함께 경험한 첫 세대는 무엇을 배우고, 누구와 대화하며, 어떻게 생각할까.

숙제가 막히면 AI에 묻고, 고민이 생기면 챗봇과 대화한다. 친구와 놀고, 영상을 만들고, 공부하는 순간마다 AI와 함께하는 세대가 자라고 있다. ‘2012년생 김서연’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AI와 함께 성장하는 오늘의 청소년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신동아’는 AI 네이티브 세대의 일상을 추적해 기술이 청소년의 학습과 관계, 창작 활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봤다. ‘2012년생 김서연’의 하루를 통해 AI가 움직이는 10대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남광주 문산중의 한 교실에서 중학교 3학년 정은총(15) 군이 AI로 합성한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박해윤 기자 
전남광주 문산중의 한 교실에서 중학교 3학년 정은총(15) 군이 AI로 합성한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박해윤 기자 
“친구가 제 얼굴 사진을 챗GPT에 넣어 근육질 남자로 만들어줬어요.”

전남광주 문산중 정은총(15) 군은 “신기했다”라며 기자에게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사진을 보여줬다. 옆에서 이를 듣던 김라윤(15) 군은 “사진을 보고 아찔했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인공지능(AI)로 어디까지 창작할 수 있을까. ‘알파 세대’ 중학생들은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AI 네 컷 사진’을 합성하고, 테트리스 게임이나 댄스 동아리 포스터도 AI로 만들고 있었다. 학교 수행평가에 필요한 자료나 이미지를 준비할 때도 포털 검색 대신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신동아’ 취재팀이 6월부터 7월까지 서울·인천·경기·경상·전라도 지역 중학교 1~3학년 학생 3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학생들은 챗GPT·제미나이·뤼튼·수노·캔바 등 다양한 생성형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이미지부터 영상, 음악까지 직접 만들어 내고 있었다.

특히 AI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 기능은 청소년을 넘어 대중적으로도 큰 화제였다. 4월 SNS를 중심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지브리’ 풍 이미지 제작이 유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5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지브리 스타일, 생성형 AI에 대한 인식을 바꾸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의 59.5%가 사진을 AI 이미지로 변환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AI와 함께 소설 쓴 중학생들
경남 사천 남양중학교에서 책 ‘열네 살의 꿈이라니’를 출간한 중학교 2학년 서원경(14), 강혜윤(14), 류하정(14), 천민수(14), 조영진(14), 김주현(14) 학생을 만났다(왼쪽부터). 박해윤 기자
경남 사천 남양중학교에서 책 ‘열네 살의 꿈이라니’를 출간한 중학교 2학년 서원경(14), 강혜윤(14), 류하정(14), 천민수(14), 조영진(14), 김주현(14) 학생을 만났다(왼쪽부터). 박해윤 기자
알파 세대의 AI 사용은 단순한 재미에 그치지 않는다. 경남 사천 남양중에서는 지난해 두 학급 학생이 AI를 활용해 소설책 ‘열네 살의 꿈이라니’를 펴냈다. 학생들은 1학년 1학기 자유 학기 국어 시간에 추정경 작가의 소설 ‘열다섯에 곰이라니’를 읽고 각자 쓴 소설을 엮어 책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른이 되기 전 동물화를 겪어야 한다는 원작 설정에서 착안해 학생들은 각자 자신을 상징하는 동물을 고른 뒤 소설을 집필해 1인 셀프출판 플랫폼 ‘하루북’을 통해 출간했다. 이야기 구상은 물론 주인공 동물 이미지, 표지 디자인까지 모두 AI의 도움을 받았다.

학생마다 AI를 활용한 방식도 달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학교 2학년 천민수(14) 군은 “제미나이에 평소 성격을 입력하고 어울리는 동물 후보 5개를 추천받아 ‘수달’을 골랐다”라며 “마음에 드는 표지 그림이 나올 때까지 프롬프트를 5~6번 수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류하정(14) 양은 “제미나이에 스토리 아이디어를 물어보고 제시된 후보 중 하나를 골라 썼다”라고 했고, 조영진(14) 군은 “제미나이에 소설 내용 중 1인칭으로 작성된 부분을 모두 3인칭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해 문장을 수정했다”라고 말했다. 서원경(14) 군은 “챗GPT에 소설 내용을 중간 점검 받고 맞춤법 교정도 부탁했다”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 사춘기 시절 부모님과의 갈등, 진로 고민, 방황 등의 주제를 소설 속에 녹여냈다. 김주현(14) 양은 “소설을 쓰는 건 막연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설렜다”라며 뿌듯해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강혜윤(14) 양은 “표지를 제작할 때 챗GPT가 이름을 자꾸 틀리게 써서 답답하기도 했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AI 창작물은 누구의 것일까
책 ‘열네 살의 꿈이라니’에는 자신을 동물화해 진로와 고민을 탐구해 본 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박해윤 기자
책 ‘열네 살의 꿈이라니’에는 자신을 동물화해 진로와 고민을 탐구해 본 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박해윤 기자
학생들의 소설 출판을 지도한 강진희 국어 교사는 AI를 단순한 편리함의 도구가 아닌 ‘자아 탐구의 조력자’로 활용하고자 했다. 교사는 “자유학기제 취지에 맞춰 자기 탐구를 바탕으로 소설을 써보게 하고 싶었다”라며 AI를 소재 발굴, 고쳐쓰기, 표지 제작 등 특정 단계에서만 제한적으로 쓰도록 지도했다.

AI는 학생들이 ‘동물화 대상’을 설정하는 초기 단계에서 특히 유용했다. 교사는 “포털사이트에서 동물을 검색하면 개나 고양이처럼 흔한 동물만 나오지만, AI 추천 방식을 쓰니 레서판다, 기니피그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상이 나와 학생들의 상상력이 넓어졌다”라고 전했다.

다만 “AI가 이미지 생성이나 맞춤법 교정 같은 반복 작업을 줄여줘 수업의 효율성과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AI는 교사가 활용하는 여러 수업 도구 중 하나일 뿐”이라며 “교사가 명확한 평가 기준을 세우고 주도권을 잡은 상태에서 활용해야 학생들의 성장을 끌어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AI가 완성한 결과물의 주인은 누구일까.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저작권이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인간이 얼마나 개입했느냐에 따라 ‘사람의 몫’이 달라진다고 봤다. AI에 구성부터 제작까지 맡긴 경우에는 ‘AI의 몫이 100%’라고 답한 반면, 사람이 밑그림을 그리고 AI가 수정했다면 사람의 몫을 50~70% 정도로 보는 식이었다.

이에 오픈AI 측은 “약관상 챗GPT 등을 통해 생성된 결과물에 대한 권리는 이용자에게 귀속되며 오픈AI는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이것이 한국 저작권법상 저작권이 자동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국내 저작권 보호 여부는 이용자의 창작적 기여 정도에 따라 개별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AI 창작물의 권리를 둘러싼 기준도 구체화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8월부터 사람이 주도적으로 창작에 참여한 AI 음악 저작물의 등록을 허용하는 신고·등록 기준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AI가 내 직업까지 대신할까”
AI가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들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란 불안도 나타났다. 책 출간 활동에 참여한 천민수(14) 군은 “컴퓨터 관련 직업이 꿈이었는데 AI가 등장한 뒤 장래 희망이 사라졌다”라며 “웬만한 작업은 AI가 다 해내니 남는 직업이 없다고 해서 사라질 직업과 새로 생길 직업을 유심히 보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청소년의 AI 대체 불안에 어른들의 시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번 기획을 위한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새 기술의 가능성보다 부작용을 먼저 말하다 보니 아이들도 ‘내 꿈이 사라진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인류는 늘 새 기술에 적응하며 길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AI를 두려워하기보다 활용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인간이 그렇지 않은 인간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아이들은 AI라는 도구를 가장 먼저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거나 작은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키울 수도 있는 세대”라며 “AI와 함께 무엇을 만들어 낼지 고민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알파 세대는 창작과 놀이에 AI를 거침없이 활용하면서도, AI와 함께 살아갈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유료 멤버십 구독 여부와 가정환경 등에 따라 나타나는 ‘AI 격차’와 AI 시대 미래 교육의 과제를 살펴본다.

AI 네이티브 2012년생 김서연>

▽ 취재: 구희언 기자 이진수 기자

▽ 프로젝트 기획: 이진수 기자

▽ 취재 지원: 김지민 매니저

▽ 사진, 영상: 박해윤 기자 조영철 기자 지호영 기자

▽ 영상 구성: 구희언 기자 김지민 매니저

▽ 영상 편집: 최승희 박수연

▽ 인터랙티브 기획: 김태식 정지원

▽ 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변유나 박건우

▽ 인터랙티브 페이지 개발: 윤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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