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미국 여자 농구(WNBA)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스포츠 참여와 관련한 뜨거운 논쟁의 현장이 되고 있다. 연일 프로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며칠 전엔 전 NBA 선수 에네스 칸터 프리덤이 “여성: 성인 여자 사람(Woman: Adult human female)”이라는 트랜스젠더 배제적인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경기를 관전하다, 이에 항의하는 선수와 언쟁을 벌였고 결국 보안요원에 의해 경기장에서 퇴장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는 지난 몇 년간 진행되어온 트랜스젠더 혐오자들의 활동 일환이기도 하지만, 최근 발의되거나 제정 혹은 개정된 법/제도의 여파가 가장 크다.
학교에서 여성 스포츠팀 참가 자격을 ‘생물학적 성별’ 기준으로?
지난 6월 3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몇몇 주 정부가 공립학교 및 대학에서 여성 스포츠팀 참가 자격을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제한할 수 있는지를 다룬 사건-웨스트버지니아 대 B.P.J.(West Virginia v. B.P.J.)와 리틀 대 헤콕스(Little v. Hecox)-에서 주 정부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관 전원이 주 정부가 여학생 및 여성 스포츠팀의 참가 자격을 생물학적 성별 기준으로 제한하여 트랜스젠더 선수를 배제한 것이 ‘Title IX’(교육기관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연방 민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1972년에 제정된 ‘타이틀 나인’(Title IX)은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모든 교육기관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로, 이에 따라 여성 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된 바 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타이틀 나인’과 시행령이 제정될 당시 ‘성별’(sex)의 통상적 의미는 ‘생물학적 성별’이었으며, 학교가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스포츠팀을 구분하는 것은 이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해석했다.
또 하나의 쟁점인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권 보호’를 위반했는가에 대해선 6:3으로 다수의견이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을 작성한 브렛 캐버너 대법관은 “남녀 간에는 키, 몸무게, 근력, 속도 등 ‘고유한 신체적 차이’가 존재하며, 이를 무시하고 경쟁하게 할 경우 여성 선수의 안전을 위협하고 경쟁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등은 이번 판결이 사실관계를 다툴 충분한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트랜스젠더 학생들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가했다고 비판하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다수의견은 헌법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자신들의 주장을 다툴 수 있는 공정하고 온전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이들에게 고통을 부과하고 있으므로, 이에 정중히 반대한다.”
대법원이 트랜스여성의 여성 스포츠 참가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타이틀 나인’의 차별금지 조항을 근거로 스포츠 참여 권리를 보장받으려던 트랜스젠더 선수들에게 큰 좌절을 안겼다. 더불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전역에서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과 법안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관련 논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말 ‘여학생’들을 위한 일일까
워싱턴주 주민발의안 ‘I-638’도 논란이 되고 있다. 워싱턴주는 다른 주의 반트랜스젠더 법률을 피해 많은 성소수자가 ‘안전한 피난처’로 선택해 오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포용적인 환경을 무너뜨리고 규제를 만들려는 보수 진영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트랜스젠더 여학생의 학교 스포츠팀 참여를 제한하고 ‘생물학적 성별 인증’을 요구하는 법안인 I-638(주민발의안 IL26-638)이 2026년 11월 주민투표에 붙여진다.

‘I-638’은 다른 성별로부터 ‘여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의료적 성별 인증’이다. 이 인증은 “여자 스포츠팀에 참가하려는 학생”에게 강제되며, 남자 스포츠팀은 제외된다. 여학생들은 학교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정기 신체검사의 일환으로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를 통해 ‘생물학적 성별’을 증명해야 한다. 1)생식기관의 해부학적 구조 2)유전적 구성(DNA) 3)정상적인 내인성 테스토스테론 수치(호르몬)
특히 생식기관의 구조를 확인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생식기를 직접 육안으로 검사하는 절차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의료진들도 이런 검사가 ‘운동을 하기 위한’ 검사로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 신체적인 해를 입히고 정신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DNA 검사와 호르몬 검사엔 적지 않은 돈이 든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양육자나 가정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여학생들이 그 비용 때문에 스스로 스포츠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누가 여성/여학생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런 검사가 제도화되었을 때 먼저 타깃이 될 여학생은 ‘여학생 같지 않은 여학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짧거나, 목소리가 저음이거나, 키가 크거나, 체격이 크고 근육질인 여학생 혹은 운동 능력이 매우 뛰어난 여학생, 그러니까 ‘여자인데 저렇게 운동을 잘할 리 없다’고 여겨질 여학생들이 성별 의혹을 받으며 괴롭힘과 신체 검열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트랜스젠더뿐 아니라 여학생들의 신체를 과도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됨으로써, 여성의 신체활동과 스포츠 참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여성을 ‘덜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트랜스젠더 팀원도 언제든 환영할 것”
이런 격변의 상황 속에, WNBA에서도 트랜스젠더 스포츠 참여 이슈가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직접적인 계기는 인디애나 피버 소속의 가드/포워드인 소피 커닝햄의 발언이다. 2026년 ESPN과의 인터뷰에서 트랜스여성을 ‘생물학적 남성’으로 지칭하며, 이들의 스포츠 및 라커룸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우익 단체와 우익 인플루언서 등은 커닝햄을 지지하는 안티-트랜스 시위를 조직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고, 트랜스혐오 발언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커닝햄은 자신의 주장을 ‘상식’이라고 불렀지만, 그의 발언은 리그의 포용적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으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WNBA의 선수와 감독들 중에서도 여럿이 커닝햄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거나 트랜스 권리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밝혔다. 시애틀 스톰 소속의 스테파니 돌슨은 “TRANS RIGHTS ARE HUMAN RIGHTS”(트랜스 권리는 인권이다)라고 적힌 탱크톱을 입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셰릴 리브 미네소타 링크스 감독은 경기 전 “Trans Kids Belong”(트랜스 아이들은 소속된다) 셔츠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골든스테이트 발키리스의 개비 윌리엄스는 “트랜스 권리 옹호는 운동선수들이 싸워야 할 다음 세대의 민권 전쟁”이라며, “트랜스젠더 팀원을 언제든 환영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사실 스포츠에서의 트랜스 포용적인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4년, 400명 이상의 전현직 선수와, 50개 이상의 단체, 300명 이상의 학자들이 힘을 모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 보내는 공동 성명에 참여한 바 있다.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차별과 배제에 맞서,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고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명서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선수로서 우리는 스포츠가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직접 경험해 잘 알고 있습니다.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내의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진정한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올림피즘(Olympism)의 진정한 정신을 실현하는 길입니다. 스포츠는 결코 소수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스포츠가 진정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천명해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NCAA 여성 스포츠 참가를 금지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스포츠 내 성차별, 성폭력, 임금격차다’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바 있는,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전 주장인 메간 라피노는 미국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7월, 매거진 마리끌레르를 통해 “트랜스젠더 반대 법안은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서 우리의 주의를 돌리려는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Anti-Trans Legislation Isn't About "Protecting Girls"—It's About Distracting Us From What Matters, 2026년 7월 13일자)
메간 라피노는 “여러분이 열세 살이고, 이렇게 걱정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내가 스포츠를 하기에 ‘잘못된’ 유형의 여자인가? 내가 키가 너무 큰가, 너무 보이시한가, 아니면 너무 빨라서 정치인들이 내가 친구들과 함께 팀에서 뛸만큼 ‘충분한 여자’인지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을까?”라고 쓰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열세 살 때의 제가 바로 그런 여자아이였습니다. 저는 어떤 이들이 생각하는 여자아이라면 마땅히 보이고, 행동하고, 경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만약 오늘날 스포츠를 하는 여자아이들을 단속하는 주 법안들이 그때 있었다면, 저는 축구 팀에 들어가지 못했을 수도 있고 FIFA여자월드컵 2회 우승이나 올림픽 금메달도 결코 따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이 오직 일부 정치인들의 눈에 제가 ‘올바른 유형의 여자아이’가 아니었다는 이유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어 라피노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그런 ‘논쟁’이 아니라 “모든 단계에서 여성들이 직면한 장벽을 허물고, 성폭력과 성희롱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며, 여성 프로 선수들에게 남성 선수들과 동등한 수준의 보수를 지급받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라피노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변화를 요구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참고: 남녀 “동일 임금” 이슈 제기한 미국 축구선수들 https://www.ildaro.com/8510)
누가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위협’과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쟁점을 만들고 있는가? 그 위협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지는 제도는 여성들에게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 우린 그 어느 때보다 이 ‘논쟁’을 세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