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라고 불러" 예비신부 女소방관 죽음 내몬 '최악의 갑질' 모두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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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고 불러" 예비신부 女소방관 죽음 내몬 '최악의 갑질' 모두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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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고(故) 광주 여성 소방관 A씨와 약혼자가 나눈 메신저 대화(왼쪽)·해외여행 전 A씨가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사진=유족 측 제공 2026.06.15.
고(故) 광주 여성 소방관 A씨와 약혼자가 나눈 메신저 대화(왼쪽)·해외여행 전 A씨가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사진=유족 측 제공 2026.06.15.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악의 갑질'이라 표현했던 광주소방본부 소속 여성 소방관 사망 사건의 민낯이 밝혀졌다. 조사 결과, 예비 신부였던 소방관을 죽음으로 내몬 직장 내 괴롭힘은 모두 사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발표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스로 생을 마친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A 소방교(당시 28)는 사망 직전 15개월간 총 24회 음주 회식을 강요받았다. 일부 회식은 노래방,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술자리에서는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서장에게 인사드리고 술을 받아라',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라' 등 상식을 벗어난 요구가 이어졌다. 여기에 전임 서장의 부친상과 장인상에서의 상차림 등 심부름, 주말까지 이어진 서장의 퇴임식 행사 준비, 상사의 차량 운전 등 사적인 노역에도 수시로 동원됐다. 휴가로 해외여행을 갈 때는 술·커피 등을 사 오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상사도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들의 갑질은 A 소방교의 죽음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광주소방본부는 책임 규명은 고사하고 유가족 진상규명 요구를 묵살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까지 저질렀다.

A 소방교 사망 후 작성한 면직 인사 관련 공문서에 죽음의 배경에 마치 '남자친구(약혼자)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내용을 왜곡했고, 이 과정에서 권한 없이 A 소방교의 생전 심리상담 자료를 취득해 일부 필요한 대목만 골라서 사용했다.

'편집'된 심리상담 결과가 첨부된 공문서는 대국민 공개 상태로 15개 유관부서에 발송돼 대내외에 노출돼 공분을 샀다. 심지어 고인의 소속 광산소방서는 유가족의 요청에도 어떤 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A 소방교의 죽음에 '특이사항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특히 광산소방서 자체 조사의 경우 갑질 행위자로 지목된 부서장에게 실무조사를 맡기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급 관서인 시소방본부도 A 소방교가 사망한 다음 달 '레드휘슬(익명제보)'을 통해 접수한 조사 요청을 광산소방서 자체 조사 결과를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1개월 뒤 A 소방교 약혼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객관적 증빙자료가 제출되면 향후 조사하겠다'라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이후에도 시소방본부는 유가족이 상급 기관인 소방청을 방문한 지난달까지 5개월간 감찰 착수 여부도 검토하지 않고 방치했다.


유가족에게는 최후의 보루였던 소방청은 사건 공론화 후 국무조정실 점검이 이뤄진 이달 11일까지 약 한 달간 관련자 대면조사조차 실시하지 않는 등 사실상 손을 놨다. 이에 대해 이창석 소방노조 전국위원장은 "소방 조직에 깊이 뿌리 내린 '상후하박(상급자에게는 후하고 하급자에게는 박한)' 문화가 빚어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상급자 중심의 권위적 문화와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가 직장 내 갑질을 방치하고 문제 제기조차 어렵게 만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 조직이 정작 내부 구성원의 인권이나 존엄은 지키지 못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낱낱이 밝혀진 진상을 토대로 책임자·가담자 모두 엄중하게 처벌받아 이러한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A 소방교 죽음과 관련해 광산소방서 9명, 시소방본부 6명, 소방청 본청 2명 등 총 17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소방청에 요구하기로 했다. 퇴직자 2명은 수사를 의뢰한다. 점검 과정에서 광산소방서의 사행 행위 등 위법 사실을 추가로 발견한 국무조정실은 이 역시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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