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다거북의 경고...플라스틱 빨대가 뭐라고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플라스틱. 그러나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에서 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빨대가 플라스틱 문제의 대표 선수로 등장해 환경 분야에서 늘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장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종이 빨대는 효과가 없다며 플라스틱 규제를 조롱했다. 고작 빨대 하나 가지고 행정명령까지? 바이든 전 정부의 환경 정책을 비판하는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겠지만, 많은 환경단체의 비난을 감수하고 빨대 이슈를 재점화시켰다.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가 2018년 종이 빨대를 내놓았을 때도, 지난해 플라스틱(식물성 원료) 빨대를 다시 도입했을 때도 환경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어 시민들의 찬반 논쟁도 가열차게 일어났다.
[연관 기사] 국내 최초 ‘썩는 빨대’ 개발…쓰레기 문제 해결될까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489088

과거 바다거북의 코에 꽂힌 플라스틱 빨대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각인 시킨 바가 있다. 빨대는 부피가 작다 보니 그냥 무심코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리고 플라스틱 재활용 통에 넣어 놓았더라도 재활용 선별 기계에서 잘 걸러지지 않아 다른 플라스틱의 재활용에 오히려 방해된다고 한다. 환경 운동가들이 빨대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ESG 경영이 뿌리를 내리면서 전 세계 많은 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친환경 빨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K와 LG, CJ 같은 대기업 계열사 연구소에서 플라스틱 대체제를 찾고 있지만 아직은 원료 단계 물질 개발에 머물고 있다. 이 조그만 빨대가 뭐라고.
■ '친환경 빨대?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
국내 최초! 아니,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썩는 빨대'를 만든 사람은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나 완도수산고등학교(자동제어시스템 전공)를 졸업한 김태양(1997년생) 글로빅스 대표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조선소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작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침대 매트리스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트리스 사업이 실패하면서 사회의 쓴맛을 경험하기도 한 김태양 대표는 어느 날, '친환경 빨대를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워?', '내가 한번 이걸 만들어서 세상을 바꿔볼까?' 하는 승부욕이 발동했다고 한다.

뭐 하나 잡으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무턱대고 '썩는 빨대' 개발에 뛰어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플라스틱을 대체할 생분해 물질을 공부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포기를 모르는 그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 연구소에 무턱대고 전화하고 찾아가기를 반복해 모 기업 연구소에서 무보수였지만 생분해 원료를 만드는 연구 과정에 보조자로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가능성이 있는 무기물질들을 정리했지만, 문제는 실제로 실험을 할 곳이 없었다는 점이다. 김태양 대표는 가족의 도움으로 1억 원이나 되는 빨대 생산 기계를 구입해 공장 한쪽에 두고 '무한반복' 실험을 거듭했고, 끝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무기물질을 찾아냈다. 단순히 원료 물질을 찾아낸 게 아니라 실제 화분용 퇴비에서 6개월 후에는 완전히 분해되고, 유해 물질도 남지 않는 '썩는 빨대'를 완성한 것이다.

■ 전 세계적으로 드문 '썩는 빨대'...국제 인증을 받다
이 제품은 지난해 10월 생분해 인증기관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TÜV 오스트리아>로부터 'OK COMPOST HOME'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빨대 제품이 상온인 20~30도 사이 가정용 퇴비 속에서 1년 이내에 분해가 되고 유해한 잔류 물질을 남기지 않는다는 확인서이다. 이 인증을 받은 곳은 글로빅스를 포함해 국내에 3곳 밖에 없다. 그러나 나머지 두 곳은 각각 '종이 빨대'와 제품화 전 단계인 '원료 물질'로만 인증을 받았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빨대를 제품화까지 성공한 곳은 글로빅스가 유일한 셈이다.

<TÜV 오스트리아>에는 'OK COMPOST INDUSTRIAL'이라는 한 단계 낮은 인증도 해준다. 기존에 알려진 생분해 플라스틱이 대부분 이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OK COMPOST INDUSTRIAL'의 기준은 섭씨 60도의 고온 고습 환경에서 생분해가 일어난다는 인증이다. 따라서 이런 제품은 산업용 퇴비 설비 내에서 분해가 된다는 것이어서 실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를 포기하고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제공했지만, 친환경의 이미지는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 도입한 빨대는 식물성 원료 물질을 썼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제품화 단계에서 기존 플라스틱과 혼합할 수밖에 없고 글로빅스 빨대처럼 상온에서 실험하면 전혀 분해되기 힘든 수준이다. 세계적인 기업이 찾아내지 못한 '친환경 썩는 빨대'는 사실상 고졸 발명가가 만든 제품이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오락가락 환경 정책....제품이 있어도 팔 곳이 없네?
김태양 대표가 처음 '썩는 빨대' 개발을 성공한 건 2024년 10월이었다. 생분해 빨대 개발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이 제품이 <TÜV 오스트리아>의 인증을 획득 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인증받기까지 1년이 걸렸다.
김 대표는 '썩는 빨대'를 개발하고 국제 인증까지 받게 되자 꿈에 부풀었다. 마침 환경부가 올해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친환경 빨대 주문이 폭주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꿈은 금세 깨졌다.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를 손님이 원할 경우 제공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현재 거의 모든 커피전문점은 과거처럼 플라스틱 빨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커피 업계 공룡인 스타벅스까지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제공하고 있다 보니 '썩는 빨대'는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 "꿈은 이뤄진다. 내 사전에 좌절이란 단어는 없다 "
김태양 대표는 과거 대기업 연구소를 무턱대고 찾아간 것처럼 이번에는 한국 스타벅스 본사를 찾아갔다. 회사 동료 직원과 함께 자연에서 썩는 글로빅스 빨대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김 대표가 직접 곰 인형을 뒤집어쓰고 명함과 썩는 빨대를 스타벅스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나눠 준 것이다.
물론 곰 인형 이벤트가 성공하진 못했지만, 썩는 빨대가 국제 인증을 획득하자 드디어 많은 회사에서 문의가 오고 있다고 한다. 태국과 중국의 대형 유통회사에서도 회사를 찾아와 미팅하고 갔다고 한다. 스타벅스에서도 문의가 왔고, 해외 투자기관에서도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태국이나 중국 회사는 자기 나라에 공장을 지을 수 있냐는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김태양 대표는 그러나 기술 유출을 우려해 아직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먼저 사업화에 성공해 해외로 나가길 희망하고 있다.
특히 돈이 없어 우선 빨대(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중에선 빨대 제조가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졌다)를 만들었지만, 원료 물질을 완성했기 때문에 플라스틱 컵이나 용기를 만드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한다. 열정만 가지고 꿈을 현실로 만든 김태양 대표와 글로빅스가 세상을 바꿀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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