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제]
이스라엘 갈릴리호 근처에 위치한 고대 로마 도시 히포스에서 1400년 전 비잔틴 시대의 금화와 귀금속이 대거 발굴됐다.
26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 라이브 사이언스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클 아이젠버그 하이파 대학 박사의 발굴팀은 갈릴리호 인근 히포스 유적지에서 순금 주화 97개와 진주, 준보석, 유리 장식 귀걸이 등 수십 점의 귀금속을 찾아냈다.
아이젠버그 박사는 이 유물이 사산 제국이 614년 이 일대를 휩쓸기 불과 몇 년 전, 그리고 곧 이어질 이슬람 세력의 정복으로 도시가 재편되기 전의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굴팀은 사산 제국 군대가 접근했을 때 금 세공인 등 부유한 주민이 가문의 재산을 모아 숨겼다가 돌아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 보물은 약 1400년 동안 방치됐다가 우연히 세상에 드러났다. 발굴팀은 약 6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조사를 진행해왔지만, 처음부터 보물을 찾기 위해 발굴을 시도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7월 조사 당시 금속탐지기를 담당하던 팀원 에디 립스먼이 현장에서 실수로 돌을 건드리는 순간, 탐지기가 갑자기 “삐!삐!삐!” 하며 강한 신호음을 냈다. 그는 “장비가 미친 듯이 울렸다. 그곳에서 금화가 계속해서 발견됐다. 믿을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물들은 이미 한 차례 발굴된 적 있는 구역의 두 벽 사이에서 발견됐다. 발굴팀은 금화에 붙어 있던 직물 잔해를 근거로 해당 금화들이 천 주머니에 담겨 숨겨졌던 것으로 판단했다.
아이젠버그 박사는 “누군가 적이 오는 것을 알고 가문의 재산을 모아 숨겼고, 위험이 지나가면 되찾으려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견된 금화는 로마 제국의 황제 유스티누스 1세(518~527)부터 헤라클리우스 황제(610~613) 초기까지 약 100년 동안 주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양한 종류의 금화가 섞여 있어 화폐사 연구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고액 주화 ‘솔리두스’뿐 아니라 그 절반 가치의 ‘세미시스’, 3분의 1 가치의 ‘트레미시스’까지 발견됐다. 트레미시스는 이스라엘에서 거의 발견된 적이 없는 희귀한 주화라고 발굴팀은 밝혔다.
이번 발굴은 히포스의 역사적 평가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아이젠버그 박사는 “이전까지는 로마나 초기 비잔틴 시대에 비해 비잔틴 말기의 히포스의 건축 유물이 덜 웅장해 도시가 쇠퇴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상당한 양의 황금 보물은 당시 히포스에 여전히 부유한 주민들이 살고 있었으며, 도시가 충분히 번영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로 유사하면서도 동일하지 않은 다양한 귀걸이 조각이 함께 발견돼, 발굴팀은 보물의 주인이 귀금속 장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과거 히포스의 한 교회에서 발견된 556년 명문에도 ‘금 세공사 시메오니오스’가 기부자로 기록돼 있어, 이번 추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히포스는 7세기 아랍 세력에 의해 정복된 이후 한동안 유지되다가, 749년 대지진으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된 뒤 급격히 쇠락해 결국 버려졌다.